재앙에서 뜻밖의 승리로: 메리노-실크 이야기
처음 써 보는 블렌드로 생일 가디건을 뜰 생각이었어요. 그런데 제 손에 남은 건 눈부신 섬유, 보풀로 가득한 집, 그리고 작은 가방 하나였어요. 이건 솔직한 버전이에요.
계획
저는 가끔 새로운 섬유를 테스트해요. 앞으로의 컬렉션을 위해 샵에 들일 만한지 보려는 이유도 있고, 여러분께 블렌드를 추천하는데 제가 직접 만져 본 것만 추천하기 때문이기도 해요. 이번에는 딱 좋은 핑계가 있었어요. 9월 말에 있는 시어머니 생신이요. 계획은 회색과 흰색이 섞인 새 메리노 실크 블렌드로 예쁜 가디건을 뜨는 거였어요. 은빛에 부드럽고, 제가 평소에 쓰는 Corriedale에는 없는 광택이 있었죠. 잘만 따라 준다면 앞으로의 겨울 컬렉션을 위한 좋은 테스트가 될 참이었어요.
상자에서 나온 것
처음 봤을 때는 정말 설렜어요. 섬유가 아름다웠어요. 생기 있고, 은빛이 돌고, 실크만이 낼 수 있는 은은한 광택이 있었죠. 바늘을 잡기 전에 로빙을 스튜디오 바닥에 펼쳐 놓고 한참을 감상했어요.
무너지기 시작한 곳
문제는 Gigante 방식으로 손질을 시작하자마자 생겼어요. 로빙을 가르고 빗어서 청키 니트에 필요한 질감으로 만드는 과정이요. 섬유가 끊어졌어요. 거의 서로 붙어 있지를 않았어요. 그리고 여기서 또 하나의 죄를 고백할게요. 이렇게 가는 섬유는 애초에 가르고 나누라고 만든 게 아니에요. 이런 블렌드는 방적과 펠팅용이고, 더 가는 뜨개나 코바늘 작품에서는 아름다울 거예요. 하지만 청키는 이 섬유가 할 수 없는 단 한 가지를 요구해요. 굵고 차분한 한 가닥으로 뭉쳐 있는 거요. 대신 이 섬유는 만질수록 풀려 버려요. 가닥이 들뜨고, 갈라지고, 사방으로 날아가요.
보기엔 눈부시고, 뜨기엔 악몽이에요.
한 시간도 안 돼서 집 안이 보풀로 뒤덮였어요. 테이블, 의자, 제 옷, 공기까지요. 전부 다요. 저는 있는 그대로 불렀어요. 완전한 재앙이라고요. 그리고 그 아이디어는 접어 두었어요.
돌려보내기 (거의 전부)
뜯지 않은 봉지는 바로 공급업체에 돌려보냈어요. 하지만 1킬로는 이미 뜯었으니 제 몫이 됐죠. 버리는 대신 구조를 시도했어요. 전부 물에 담갔다가 말렸어요. 완성된 니트를 차분하게 정리하는 블로킹과 같은 원리예요. 마르는 데 한참 걸렸지만, 다행히 영국에 더운 날이 이어지던 때라 아주 오래 기다리지는 않았어요. 그리고 절반은 성공했어요. 섬유가 차분해져서 다룰 만해졌어요. 여전히 보송하고 여전히 털이 빠지지만, 인내심이 있고 나중에 청소기 돌리는 게 괜찮다면 뜰 수는 있어요.
살아남은 가방
그래서 구조한 1킬로는 가방이 됐어요. 그 은회색으로 뜬 청키 미니 가방인데, 섬유끼리 서로 받쳐 주도록 촘촘하게 떴어요. 흠 하나 없다고는 하지 않을게요. 메리노처럼 또렷한 코는 나오지 않아요. 지저분하고, 보송하고, 은빛이에요. 그리고 바로 그 모습에 끌리는 사람도 있을 거예요.
이 섬유는 가늘고 밀도가 높아서, 청키가 안고 있는 구조 문제를 많이 풀 수 있었어요. 특히 무게를 버티는 부분에서요. 오해하지 마세요, 저희 가방은 예뻐요. 다만 무거운 물건용은 절대 아니에요. 새 가방도 마찬가지예요. 이걸로 일주일 치 장을 볼 수는 없지만 (장바구니가 아니잖아요), 작은 노트북과 개인 소지품 몇 개는 편하게 들 수 있어요.
그래서 새 끈을 고안했어요. 옆면이 아니라 가방 앞면으로 무게를 받쳐 주는 아이코드예요. 그건 정말 반가운 발견이었어요.
이 시제품을 어떻게 할지는 아직 모르겠어요. 친구들에게 줄 수도 있고요. 그래도 이 실수가 정말 마음에 들어요.
레몬, 레모네이드, 카이피리냐
레몬은 언제든 레모네이드로 만들 수 있다고들 하죠. 이번 건 카이피리냐가 됐다고 말하고 싶어요.
메리노 실크 가디건 아이디어는 끝난 게 아니라 잠시 미뤄 둔 거예요. 언젠가 좀 더 잘 뭉치는 버전의 블렌드를 찾으면 겨울에 다시 도전할게요. 그동안 생일 가디건은 말 잘 듣는 울로 떠요 (저희 평소 울을 어떻게 손질하는지에 대한 이야기가 따로 있는데, 울이 말을 잘 듣는 건 바로 그 30분의 손질 덕분이에요). 그리고 가방은 제가 가질게요.
이 구조 작업에는 두 번째 교훈도 숨어 있어요. 중간에 작품이 아무리 이상하고 다르게 보여도, 블로킹은 섬유를 바꾸고 가디건의 전체 모습을 바꿔요. 하지만 그건 다음 글의 주제예요.
다음 편에 계속…
말 잘 듣는 울을 찾으세요?
샵에 있는 섬유는 모두 제가 직접 떠 본 것이고, 바로 이 테이블에서 손으로 손질했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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청키 니팅용 방적하지 않은 울 나누기: 좋은 점, 나쁜 점, 그리고 보풀
이 블렌드는 못 했던 일을 저희 평소 울은 해내게 만드는, 30분의 손질 이야기예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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